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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이야기

기억을 만지는 일 _달의 조각 中

by 준돌이 2020.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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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열어 보는 손 닿을 일 없는 세 번째 서랍 속에서 반쯤 뭉뚝해진 노란 연필 한 자루와 언젠가의 새벽을 써내려갔던 낡은 일기장을 발견하는 일을 좋아합니다.

무심코 뒤적이던 지갑속에서 몇 달 전 관람했던 전시회의 입장권을 발견하는 일을 좋아합니다.

겨울을 맞아 꺼낸 코트 주머니에서 지난 겨울을 마셨던 커피의 영수증을 발견하는 일을 좋아합니다.

기억을 만지는 손끝에서는 온기가 피어나고, 나는 아득한 기분으로 순간을 여행합니다.

그날의 공기가 작은 바람이 되어 불어옵니다.

나는 또 어떤 기억과 함께 지금 이 순간의 나를 찾아올까요. 그때의 손끝에도 작은 온기가 묻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달의 조각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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